글을 위한 일기
싸움없이.
aloha_804
2013. 2. 4. 21:57
요즘 밥을 먹으면서 이 식량이 얼마나 고마운지 뜨겁게 눈물이 올라오려고 한다. 비록 나는 의무적으로 많은 밥을 소화도 안되게 입으로 넣고 있지만, 고맙다. 옷이 많아도 매일 입을 옷이 없다고 투덜되듯이 먹을 것이 있어도, 헛헛하게 비어보이는 내 작은 냉장고지만, 이 허허롭고 싸움의 대상도 모르게 싸우고 KO 당해 다시 이불속으로 얼굴을 파묻는 부끄러운 마음을 그나마 달래주는 것이 '먹는 것' 이다. 어제부터 편도가 붓기 시작해서 오늘은 완전히 목을 꽉 누르는 것 같아 목이 거끌 거리고 따갑다. 그래서 오늘은 영 입맛이 없다. 하지만 난 또 많이도 먹었다.
가지고 싶은 것은 상황에 따라 가지지 못하는 것과 가질 수 있는 것으로 나누어서 조절 할 수 있지만, 먹는 것은 먹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니까 별로 먹고싶은 것이 없다면 삶에 있어 의욕이 떨어진다는 말은 맞는 것 같다. 언니네 공연을 보고 공간을 나설때 가늘게 서늘했던 공기는 나를 삶의 의지로 더욱 더 아스러지게 했었다. 그렇게 몸을 흔들고, 아래 위 로 뛰어 오르고, 온 몸으로 전기가 흐르던- 그 순간이 스치고 나니 눈 앞이 흐려질 만큼 난 제대로 살고 싶었었다. 마구 배가 고팠었다.
다시 아스러질듯 삶의 의지로 뜨거워 졌으면 좋겠다. 부끄럽지 않도록 치열하게.